Daily · 2022년 12월 03일

진실은 불편하다

군중은 어떤 것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대가는 악착같이 유예하고 눈앞의 달콤한 과실만을 취하려 한다. 당장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한다. 대개는 알려 하지도 않지만.

그러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되면?

누구나 닥터헬기가 필요함을 알고, 중증외상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적 처치가 시행되어야 함에 동의한다.

비수도권 2차병원이 폐업한다는 뉴스에도 혹시 모르니 멀지 않은 거리에 종합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도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건보료를 올리는 데에는 인색하고 오히려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궤변에 환호한다

이것이 의사 수 부족에서 기인하는 문제인가?

병원 입장에서는 수술할 때마다 원가도 못 뽑는데 심평원은 그마저 삭감시킨다. 바이탈 의사를 붙잡아둘 이유가 전혀 없다.

물론 대놓고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자니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효과는 극히 미미하지만 증원된 의사가 면허를 취득할 즈음에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대가는 실로 비가역적인 의료품질의 하향이다.

우매한 군중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상위 집단인 의사를 깔 수 있으니 좋아한다. 기존 의사들이 바이탈 잡을 생각은 안 하고 나와서 피부과 레이저로 돈 좀 만지는데, 조금 덜 받고 공공의사 늘리면 좋은 거 아니냐는 거다.

어느 곳이건 약자는 강자보다 수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현실 파악 못 하고 정치하는 잡것들이 돈뿌려주면 좋구나 하는 이런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극단적인 사치다.

소명이나 사명은 꿈같은 말일 뿐 ‘자발적 희생’에 지나지 않고, 국가든 누구든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이국종, 『골든 아워 2』 흐름출판, 2021.